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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의 백수들이여 단결하라!"우리는 '인생의 낙오자'가 아닌 당당한 미래지향적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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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12  13: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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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골방에서 방바닥을 긁는 것이 제격인 줄 알던 백수 - 노조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 했다. '나는 백수'라며 당당히 나선 것. 물론 아무런 생각없이 일어선 것은 아니다. 정부의 실업자 정책을 강도높게 비난하는가 하면 아예 자신들이 직접 실업 극복대책에 대한의견을 모아 실행에 나섰다.

음지에서 벗어나 '백수는 대책없이 게으른 사람이 아니다.산업구조가 예전과 달라져구조적으로 백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목청을 높이 고 있는 백수들. 바야흐로 '백수들의 전성시대'라는 말을 써도 이제는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됐다.

   
 
지난 9월 2일 국회에서는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5명이 환경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계적 희귀종인 고리 도룡농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원전추진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조 의원 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잇는 자리에 낯선 남자 한명이 등장했다. '전국실업자노동조합추진위원회(가칭-이하실업자노조-위원장 오영진-63)의 김기봉 사무처장(52)이었다. 김 사무처장은 조 의원에게 "언제부터 환경운동을 했느냐"며 삿대질을 했다.

김 사무처장은 "신고리원전 1-2호기의 유치는 실업자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톺인 뒤 "원전이 추진되면 하루 8,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데 노동문제 해결해 달라고 국회로 보낸 민노당 의원이 실업자 대신 도룡농을 살리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따졌다.

노조설립 신청서는 '반려'

결국 김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장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지만 이후에도 국회 정문에서원전유치에 찬성한다는 1인 시위를 계속했다.

실업자노조는 바로 최근 '백수 노조' 설립을 추진했던 단체. 직장을 잃은 백수는 물론 대졸 아르바이트생과 일용직 종사자, 유흥업소 남자 종업원 등 고정급을 받지 않는 '반백수'들을 모아 백수노조를 만들겠다는 이들의 목표는 다소 허황된 것 같지만 추진위 임원의 면면은 화려하다.

먼저 오영진 위원장은 진양화학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현대자동차 초대노조위원장 이영복씨도 참여했고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김기봉씨는 1980년부터 11년 간 한국석유공사에 근무하면서 초대노조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실업자노조에서는 지난 8월 10일 백수 노조 설립을 위해 울산지방노동사무소에 노조 설립신청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최근 노동사무소에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규정에 어긋난다"며 반려하는 바람에 일단은 한 발 물러난 상태.

   
 
노동사무소의 강민주 감독관은 "실업자노조 설립신청서를 접수받은 뒤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니 정부를 사용자로 해 실업대책을 교섭하겠다는 등 법 위반 조항이 많아 반려했다"면서 "근로자가 아닌 실업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것도 노조 관계법에 위반된 부분"이라고 밝혔다.

비록 전국 규모의 실업자노조를 결성하겠다는 요구는 좌절됐지만 이들의 요구는 꺾이지 않았다. 지난 9월 6일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과 별도로 규약을 보강해 재차 설립 신청서를 제출하겠다는 것.

[주간경향 2004년 9월 24일.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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